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벌레의 마음
    책 추천, 리뷰 2020. 3. 19. 20:16

     

    김천아, 서범석, 성상현, 이대한, 최명규 / 바다출판사

    *제가 읽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그대로 발췌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센서가 망가진 돌연변이 벌레들이 촉각 신경을 빛으로 켜주자 회피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센서가 망가져 있더라도 전체 회로가 정상적으로 남아 있고, 센서가 물리적 자극을 받았을 때 일으키는 전기적 사건을 광유전학적으로 빛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일으켰더니 그 회로가 작동하게 된 것입니다.


    본래 생물 내부 시스템은 화학 물질의 연쇄 작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화학반응에는 '무작위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적은 양의 물질로 이루어지는 반응일수록 무작위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적은 양으로도 세포 안에서 충분히 제 기능을 수행하는 분자들인 DNA, RNA, 단백질은 무작위성이 일어나는 주요 표적이 됩니다. 따라서 같은 유전자일지라도 무작위적인 화학반응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반응을 도출하게 됩니다.


    RNA는 DNA와 원자 하나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아주 유사한 분자입니다. RNA는 DNA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유전정보가 단백질로 변환되는 과정을 매개합니다. 유전정보가 암호에 머물러 있지 않고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되려면 반드시 RNA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RNA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면 유전자를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이 RNA를 억제하여 유전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는 과정을 'RNA 간섭'이라고 합니다. RNA 간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꼬마 RNA가 어떤 RNA를 억제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큰 그림을 본다면 생명의 역사에서 바이러스와 세포 생명체가 경쟁과 공생을 통해 진화한 것은 분명합니다. 안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바이러스성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것과 더불어 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하려는 연구가 병행되어야만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간 유전체가 이미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고 우리를 위해 헌신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적과 친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지만, 어찌 되었건 바이러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미묘하고도 상당하다는 것만은 사실이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개미와 벌은 번식의 분업이 체세포를 넘어 개체의 수준에 이른 종입니다. 여왕개미는 마치 거대한 생식세포처럼 번식만을 담당하며 일개미들은 거대한 체세포처럼 번식을 포기하고 묵묵히 일을 합니다. 얼마 전 한 과학자가 인간도 진사회성 동물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한 집단만이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사회라면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진사회성 사회가 사실상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하면서도 우울한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수명과 건강에는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달리 말하면 뚱뚱해도 건강할 수 있고, 말랐다고 건강함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가 됩니다. 또 이 결과는 인간이 1일 1폭식을 하더라도 섭취하는 총 열량이 증가하지만 않는다면, 같은 열량을 골고루 먹는 식단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줍니다. 그렇다고 1일 1폭식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는 강인함을 얻는 대신에 다우어 유충은 번식의 유보라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삼포세대처럼 생존을 위해 번식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지요. 충분한 먹이가 주어진 우호적인 환경에서 꼬마 선충은 알에서 태어나 네 단계의 유충단계와 다섯 번의 탈피를 통해 다시 알을 낳을 수 있는 완전한 성체가 되는데, 다우어는 세 번째 유충단계에 정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점에서 다우어는 발생이 멈춘 상태라는 의미로 '휴면 유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책 추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뢰딩거의 고양이  (0) 2020.11.11
    인포메이션  (0) 2020.08.2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0) 2020.03.16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0) 2020.03.09
    산수의 감각  (0) 2020.03.0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