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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하우스
    책 추천, 리뷰 2020. 3. 4. 08:37

     

    스티븐 제이 굴드 / 사이언스 북스 

    *스켑틱 읽기 모임 - 스켑틱 13호 관련 주제 - 진화론으로 선정한 책




    내가 올바른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통계학 교육과 자연사에 대한 지식 덕분이었다. 나는 변이를 자연의 기본 속성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 평균이라는 것은 조심해야 하며 그것이 개체에는 적용될 수 없는 추상적인 숫자일 뿐 아니라 대체로 각 개체의 상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주제, 즉 평균이나 중심 경향성과 같은 추상적인 값이 아니라 <풀하우스> 또는 <전체 시스템의 변이>에 초첨을 맞출 필요성은 내가 가장 큰 위안을 필요로 할 때 상당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도 지식과 배움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고 개인적 시련을 겪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감정뿐이라는 말을 감히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류는 경향을 찾는 동물이다. 아니, 우리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이므로 아마 이야기를 지어내는 동물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우리는 문화적인 이유에서, 그리고 근본적인 이유에서, 경향을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로 친다. 따라서 사람들은 야구의 기록표를 샅샅이 훑어 어떤 경향을 찾아낸 다음 그 원인을 꾸며낸다. 우리의 문화가 만들어 내는 전설은 경향을 두 종류의 표준 틀, 그러니까 축하해야할 발전과 탄식을 자아내는 퇴보로 바라볼 때 만들어진다는 것을 기억하라.



    내 말이 모순되나?
    좋아 그럼, 모순되자, 
    나는 크고, 수많은 것을 포괄하지. 



    여기에서 다윈은 하나의 탈출구를 찾아냈다. 그의 이론 자체의 힘만으로는 요구되는 전제(진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으므로 따로 생태학적 논리의 버팀대를 만들어 그것을 지지하는 궁색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버팀대를 여기저기 댄 건물은 지저분하고 미완성으로 보인다. 그 자체로 튼튼하게 서 있는 훌륭한 건물이라면 그런 것을 덧붙일 이유가 있겠는가? 자기 이론의 논리와 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결단을 못 내리고 씨름했던 다윈의 개인적인 고충은, 진보라는 것이 우리 문화에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진보라는 족쇄를 풀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 낸 다윈마저도 우리 문화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진보라는 가치관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는데 오늘날 우리라고 별 다를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한쪽이 벽으로 막혀 있는 선형적 운동계에서는, 어느 방향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무작위적 움직임은 그 벽의 시작점으로부터 계속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 술주정뱅이는 항상 도랑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항상 도랑을 향해 움직여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진화적 경로에 특별한 이점이나 그에 대한 모종의 내재적 경향이 없는데도 생물의 어떤 평균 또는 최대값은 그 방향으로 움직여 나갈 수 있다. 




    여러분들은 이렇게 <직접적인 원인에 의한 결과>와 <어쩌다 생긴 우연한 결과>를 구별하는 것이 생물계의 특정한 특성을 설명해 줄 뿐만이 아니라 진화 일반에 대해 이해할 때 기본적인 구별을 해준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 하나는 진화가 본질적으로 복잡성이 보다 높은 방향으로 생명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생겼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생명이 복잡성의 최소값인 왼쪽 벽에서 기원해 그 뒤에는 변화하지 않는 박테리아 형태를 유지하면 서 오른쪽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우연하게 부산물로서 생겼다는 것이다. 이 두 경로가 예상대로 똑같은 결과를 낳기는 하지만 그 의미가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직감도 옳은 것이다. 우리는 이 의미 차이에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의 주장은 복잡성의 증가를 생명 역사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고 있으며, 뒤의 주장은 오른쪽 꼬리를 주된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진화 원리의 수동적인 결과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도식에서 진보는 근본적인 원인의 주요 결과이자 생명의 역사를 지배하고 형성해 가는 것이지만, 뒤의 도식에서 진보는 2차적이고, 드물게 발생하는 우연적인 부산물이며, 진보를 목적으로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없어도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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