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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설계
    책 추천, 리뷰 2020. 1. 15. 13:01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 / 까치

     

    *제가 읽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그대로 발췌했습니다.


    인간은 우주 안에서 살면서 다른 물체들과 상호작용하므로, 과학적 결정론은 인간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과학적 결정론이 물리 과정들을 지배함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행동만큼은 예외로 삼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데카르트는 자유의지의 개념을 보존하기 위해서 인간의 정신은 물리세계와 다른 어떤 것이며 그 세계의 법칙들을 따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인간은 신체와 영혼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졌다. 신체는 평범한 기계일 뿐이지만 영혼은 과학 법칙에 종속되지 않는다.


    물리학에서 유효이론이란 관찰된 특정 현상을, 그 바탕에 있는 모든 과정들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으면서 모형화하기 위해서 창조한 이론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한 사람의 몸을 이루는 원자 각각과 지구를 이루는 원자 각각의 중력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방정식들을 정확하게 풀 수 없다. 그러나 한 사람과 지구 사이의 중력은 그 사람의 몸무게를 비롯한 몇가지 수들만 알면 어떤 실용적인 목적에도 부족함이 없이 기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복잡한 원자들과 분자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방정식들을 풀 수는 없지만, 화학이라는 유효이론을 개발했다. 그 유효이론은 세세한 상호작용들을 빠짐없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원자들과 분자들이 화학 반응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적절하게 설명한다. 인간과 관련해서 우리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유효이론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방정식들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와 그것에서 유발된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은 심리학이다. 경제학 역시 자유의지의 개념을 기초로 한,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이 선택지들을 평가하고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는 전제를 기초로 한 유효이론이다. 이 유효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에 제한적으로만 성공적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알듯이, 인간의 결정은 흔히 비합리적이거나 선택의 결과에 대한 불완전한 분석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는 까닭이다.


    그림이나 이론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의 개념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형 의존적 실재론"이라는 입장을 채택할 것이다. 이 입장에 서면, 물리학적 이론 혹은 세계상은 (대개 수학의 성격을 띤) 모형과 그 모형의 요소들을 관찰 자료와 연결하는 규칙들이다. 이 입장은 현대 과학의 해석에서 기본 골격의 구실을 한다.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따르면, 모형이 실재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오직 모형이 관찰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만 유의미하다. 금붕어가 본 풍경과 우리가 본 풍경에 관한 이야기에서처럼, 관찰에 부합하는 두 모형이 있다면, 한 모형이 다른 모형보다 더 실재에 가깝다는 말은 할 수 없다. 해당 상황에서 더 편리하다면, 어떤 모형을 써도 무방하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장의 값과 그 변화율이 둘 다 정확하게 결정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간은 절대로 비어 있지 않다. 공간은 진공이라는 최소 에너지 상태에 있을 수 있지만, 그 상태는 이른바 양자 동요, 즉 진공요동을 겪는 상태, 입자들과 장들이 진동하듯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태이다.


    우주의 시작은 남극점일텐데, 남극점은 다른 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주의 시작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으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남극보다 더 남쪽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비유에서 시공은 경계가 없다. 다른 장소들에서 성립하는 자연법칙들은 남극에서도 성립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조합하면 우주의 시작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해진다. 우주의 역사들이 경계가 없는 닫힌 곡면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일컬어 무경계 조건이라고 한다.


    우주의 기원이 양자적인 사건이었다면, 그것은 파인만 역사 합에 의해서 정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주 전체에 양자이론을 적용하는 것 - 이 경우에 관찰자는 관찰되는 시스템의 일부이다 - 은 까다로운 일이다. 제4장에서 우리는 이중 틈이 뚫린 차단벽을 향해서 발사된 물질 입자들이 물결과 마찬가니로 간섭 패턴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았다. 파인만은 입자 각각의 역사가 유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패턴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입자는 출발점 A에서부터 종착점 B까지 이동하면서 확정된 경로 하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그 두점을 잇는 모든 가능한 경로들을 동시에 거친다. 이런 관점을 채택하면, 간섭은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입자가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하고 자기 자신과 겹쳐서 간섭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입자의 운동에 적용된 파인만의 방법은 입자가 특정한 종착점에 도달할 확률을 계산하려면 입자가 출발점에서부터 그 종착점에 도달할 때까지 거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경로들(역사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준다. 파인만의 방법들은 우주에 관한 관찰들이 실현될 양자적인 확률을 계산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 방법들을 우주 전체에 적용할 경우, 출발점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무경계 조건을 만족시키고 우리가 지금 관찰하는 우주를 종착점으로 지닌 모든 역사들을 합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 우주는 자발적으로 모든 가능한 초기 조건 속에서 발생했다.


    우리는 우주의 역사를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추적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순행적인 추적은 잘 정의된 출발점과 진화과정을 거친 단일한 역사의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역사들을 역행적으로, 즉 현재에서부터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서 추적해야 한다.


    파인만 합에 기여하는 역사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무엇이 측정되느냐에 의존에서 존재한다. 역사가 우리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역사를 창조한다.


    비슷한 예로 현재의 교황이 중국인일 확률 진폭을 생각해보자. 현재 세계인구에서 중국인은 독일인보다 훨씬 더 많으므로, 현대의 교황이 중국인일 확률은 독일인일 확률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교황이 독일인이라는 것을 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는 우리의 우주가 가시적인 공간 차원을 3개 지녔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설령 가시적인 공간 차원의 개수가 3개가 아닐 확률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개수가 3인 역사들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콘웨이의 생명 게임은 매우 단순한 법칙들의 집합조차도 지적인 생명의 특징들과 유사한 것들을 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속성을 지닌 법칙들의 집합은 틀림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근본 법칙들을 선택했을까? 콘웨이의 우주에서처럼, 우리 우주의 법칙들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시스템의 상태가 주어졌을 때에 시스템의 진화를 결정한다. 콘웨이의 세계에서 우리는 창조자들이다. 게임이 시작될 때에 어떤 대상들이 어디에 있을지를 지정함으로써 우주의 초기 상태를 선택하는 장본인은 바로 우리이다.


    중력은 공간과 시간의 모양을 결정하므로 시공이 국소적으로는 안정적이 되고 광역적으로 불안정적이 되는 것을 허용한다. 우주 전체의 규모에서 양의 물질 에너지는 음의 중력 에너지와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따라서 우주 전체의 창조에 제약이 없다. 중력과 같은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제6장에서 기술한 방식으로 무로부터 자기 자신을 창조할 수 있고 창조할 것이다. 자발적 창조야말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에게 호소할 필요는 없다.


    어떤 중력이론이 유한한 양들을 예측하려면, 그 이론에 등장하는 자연의 힘들과 그것들이 작용하는 물질 사이에 이른바 초대칭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았다. M이론은 우주에 관한 완전한 이론일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후보이다. 만일 M이론이 유한하다면 M이론은 스스로 자신을 창조하는 우주의 모형이 될 것이다. 다른 일관된 모형은 없으므로,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창조하는 우주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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